텍스타일디자이너 김명순(23) 인터뷰

랜덤 인터뷰 네 번째 이야기

이번 인터뷰에서는 건국대학교 텍스타일디자인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김명순(23)양을 만났습니다. 아래 인터뷰 내용은 2012년 6월 28일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건국대학교 예술문화대학에서 김명순양과 함께 대화한 내용입니다.




"텍스타일디자인이란 원단에 들어가는 패턴 문양이나 니트, 위빙 등의 디자인을 하는 거죠."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김명순 23살, 건국대학교 텍스타일디자인 전공 4학년입니다.

시각디자인이나 산업디자인은 들어봤어도 텍스타일디자인은 생소한데요. 간단하게 텍스타일디자인이 어떤 건지 설명 좀 해주세요.
크게 본다면 텍스타일디자인도 시각디자인과 산업디자인의 범주 안에 속해요. 그 안에서도 특히 텍스타일, 말 그대로 섬유와 관련된 디자인에 중점을 둔 거죠. 원단에 들어가는 패턴 문양이나 니트, 위빙 등의 디자인을 하는 거죠.



"텍스타일디자인 과에 매력을 느끼게 된 건 디지털 작업보다 손맛이 느껴지는 수작업이 위주인 수업 커리큘럼과 다양한 소재를 이용한 디자인이라는 점이에요."

미대에 속해있는 텍스타일디자인과 말고도 공대에 속해있는 섬유공학과가 있는데둘의 차이가 뭔가요?

섬유를 연구한다는 점은 같아요. 단지 섬유공학 같은 경우 새로운 소재개발에 중점을 둔다면, 텍스타일디자인은 가공된 소재를 활용해 섬유의 심리적인 부분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죠. 서로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에요.

잘 알려지지 않은 텍스타일디자인을 하게 된 계기는?
처음에는 단지 그림이 그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미대를 가고 싶었고, 디자인을 전공하겠다고 하니 시각디자인과를 가야 디자인을 할 수 있다고 해서 막연하게 전공 생각 안 하고 입시를 준비했어요. 그런데 입시를 준비하면서 시각디자인과 외에도 다양한 디자인 과가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그중에서도 텍스타일디자인 과에 매력을 느끼게 된 건 디지털 작업보다 손맛이 느껴지는 수작업이 위주인 수업 커리큘럼과 다양한 소재를 이용한 디자인이라는 점이에요. 특히 우리가 입는 의복이라던가 침구류, 벽지 등을 디자인해볼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생활과 밀접한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또 저는 회화적인 느낌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텍스타일디자인에서는 그 회화적인 색이 강하거든요. 그렇게 텍스타일디자인에 매력을 느꼈고 실제로 대학에 와서 배워보니 제 성향과 잘 맞아서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미대생 하면 다들 예쁘고 잘 꾸미고 다닐 것 같지만, 실제론 자신들의 작품을 꾸미느라 자신을 꾸밀 시간이 없어요."

텍스타일디자인을 하게 되면서 겪은 에피소드 같은 게 있나요?

아무래도 수작업이 주를 이루다 보니 디자인을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요. 기획 단계부터 철저히 하지 않으면 나중에 자신의 디자인을 완성해 가면서 좌절하기에 십상이에요. 디지털 작업처럼 컨트롤+Z(되돌리기) 가 안 되잖아요.그래서 처음 텍스타일디자인을 시작했을 땐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았어요. 과제 하느라 맨날 야작(야간작업)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생활리듬도 다 깨지고 먹는 것도 제대로 못 챙겨 먹으니까 몸 다 망가졌죠.

처음에 미대 들어와서 샤방샤방한 캠퍼스 라이프를 꿈꿨는데…. 그 있잖아요, 잔디 위에 누워서 낮잠도 자고, 끼리끼리 모여서 술도 마시고, 친구들과 여기저기 놀러다니고…. 흔히 미대생 하면 떠오르는 낭만이 있는 대학 생활. 하지만 현실은…하아. 미대생 하면 다들 예쁘고 잘 꾸미고 다닐 것 같지만, 실제론 자신들의 작품을 꾸미느라 자신을 꾸밀 시간이 없어요. 거의 매번 야작으로 밤새고,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끼니도 제때 못 먹고, 집에도 못 들어가고…. 자기 관리가 제일 힘들어요.

또 수업 시간에 사용하는 염료나 락스 같은 것들 때문에 옷이 얼룩지거나 색이 빠져 버리게 된 옷이 한두 개가 아니에요. 일, 이 학년 땐 왜 삼, 사 학년 선배들은 항상 지저분한 츄리닝을 입고 다니는지 이해가 안 됐는데 뒤늦게 깨닫게 된 거죠.

또 재료 특성상 교실 여기저기 얼룩이 남아서 매 학기가 끝날 때면 청소하느라 애먹었죠.
미대생 수십 명이 손에 고무장갑 끼고 수세미랑 락스 들고 교실 여기저기 박박 닦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그렇게까지 수작업을 해야 하나요? 요즘은 어딜 가나 다 디지털 작업이 주를 이룬다던데….
디지털로만 작업할 줄 아는 거랑 수작업할 줄 알면서 디지털을 이용하는 거랑 차이가 커요. 결과물만 봐도 수작업이 선행된 제품이 훨씬 퀄리티가 높은 편이고…. 이쪽 관련 회사에서도 실제로 작품 제작 전에 수작업을 먼저 하는 편이라고 해요.

또 전공이 텍스타일 디자인이다 보니까 생긴 습관이 하나 있어요. 어디를 가든 주변에 보이는 가구, 벽지, 옷들을 보면서 이걸 어떻게 써먹을까…. 생각하는 거죠. 직업병이라고나 할까요? 디자인 전공자분들은 공감하실 거에요.

무시무시하네요. 또 듣기론 남학생이 적다던데…. 남녀 비율이 어떻게 되나요?
원래 미대가 남자가 적은 건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저희 과는 특히 더 심해요. 비율로 치면 남자 20% 여자 80% 정도 되겠네요. 심지어 저희 한 학년 위에는 남자가 한 명이었어요. 청일점이죠. (웃음) 이쪽 분야 자체가 남자가 적은 분야라서요. 가끔은 여대를 다니는 기분마저 들어요.

4학년으로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졸업 후 계획이 있나요?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어요. 하지만 프리랜서도 경력이 있어야 가능하다길래 일단은 취직해서 사회생활도 해보고 다양한 경험과 인맥을 쌓고 프리랜서로 전향하거나개인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또 학문을 넓히러 외국으로도 가보고 싶고요. 아무래도 저희 과가 국내보다는 외국에서 더 많이 알려졌고 그만큼 관련 정보도 많으니까요. 아, 그리고 이건 먼 미래의 소망인데요…. 늙어서 귀농해 귤 농장을 운영하면서 느긋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싶어요.

"늙어서 귀농해 귤 농장을 운영하면서 느긋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싶어요."

본인이 생각하기에 20대란 어떤 나이인가요?

마음껏 여행 갈 수 있고, 클럽에서 신 나게 놀 수 있고, 연애도 인생에서 가장 많이 해볼 수 있는…. 그런 시기죠. 하고 싶은 게 많고, 그것들을 할 가능성이 인생에서 가장 큰 시기라고 생각해요.

맞아요. 욕심이 많은 시기죠. 근데 솔직히, 이것저것 다 챙기기엔 현실적으로 힘들지 않나요?
힘든 게 당연해요. 하지만 그 과정이 중요해요.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의 교집합을 찾는 거요. 어느 정도 현실을 받아들이고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거죠. 그게 20대가 이상과 현실에서 괴로워하며 배우게 되는 것으로 생각해요.

대학에 가면 다들 외국여행을 꿈꾸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힘들다는 걸 알았을 때…. 삼청동, 오이도처럼 가까운 곳으로 떠나는 거에요. 그곳에서도 얼마든지 외국여행 못지않은 행복을 느낄 수 있거든요.

아니면 기회를 기다리며 준비하는 방법도 있겠죠. 저도 외국에 나가보고 싶었는데 상황이 안돼서 못 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우연히 공모전을 통해 외국에 나가게 됐어요. 결국,외국여행을 가고 싶었던 제가 제 나름대로 준비해 온 결과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거죠.

이것저것 도전해 보세요. 봉사 활동도 좋고 공모전도 좋아요. 도전은 곧 기회를 가져다줘요. 굳이 어렵고 거창한 도전이 아니어도 돼요. 기타도 쳐보고, 의상 학원도 다녀보고, 외국어도 배워보고….



다양한 경험을 꿈꾸되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들을 통해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긴가요?
그렇죠. 예를 들자면 돈이 많이 드는, 스쿠버 다이빙이나 패러글라이딩 같은 것만이 삶의 특별한 경험이 아니에요. 지금 인터뷰 자체도 삶의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고생각해요. 살면서 몇 번이나 이런 걸 해보겠어요? (웃음)결론! 현실성 있는 범위 내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는 거에요.

"현실성 있는 범위 내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는 거에요."

졸업을 앞둔 미대생 4학년으로써 대한민국의 20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진짜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공부가 좋다면 공부를, 게임이 좋다면 게임을, 노는 게 좋다면 마음껏 놀아보세요.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단 해보고 후회하는 게 후회가 덜하다고 봐요.

다만 대학은 갔으면 해요. 물론 대학에 가지 않는 것도 본인의 선택이겠지만, 제가 느낀 대학은 대학에 다니지 않는 친구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획일적인 시스템으로 취업 준비만 시키는 그런 곳은 아니었어요. 충분히 인생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곳이니까 대학은 꼭 갔으면 해요.적어도 대학 생활을 해보고 회의감이 들 때, 그때 그만둬도 되지 않을까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미대생의 구구절절한 학교생활 얘기를 듣다보니 타대학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아니 어쩌면 더 힘들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본인이 즐길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이니까 아무리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든 작업이라도 과감하게 자신을 내던질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고된 학교생활 속에서도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는 그녀. 자칫 지겹고 따분하게 느껴질 수 있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작은 것들에서 만족할 줄 알고 행복을 찾을 줄 아는 그녀를 보면서 우리들이 타인의 시선과 기준 속에 갇혀 벗어날 수 없는 결핍감을 안고사는 건 아닌지 되돌아 보게 됩니다.어쩌면 우리는 이미 충분히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또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다만 허영심에 가려 눈앞의 만족과 행복을 못보고 있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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